책소개
카를로스는 왕세자란 존귀한 신분이지만 외롭고 어려운 처지다. 일찍이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한테서도 살가운 정을 느끼지 못하면서 자란데다, 약혼녀 엘리자베트를 아버지에게 빼앗기는 아픔까지 겪는다. 그러나 카를로스틑 남몰래 엘리자베트를 사모하며 아버지와 대립한다. 이때 포사가 나타난다. 포사는 카를로스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카를로스가 늘 벗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사람이다. 왕자는 포사에게 어려운 처지에 도움과 위안을 줄 수 있는,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벗이 되어 줄 것을 청한다.
포사는 원대한 이상을 품은 이상주의자다. 그는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양심과 자유와 진실을 토대로 한 공정 정치 질서를 꿈꾼다. 스페인의 지배 아래 있는 네덜란드의 독립운동을 도움으로써 이상을 현실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절대왕정의 전제정치 아래서는 어려운 일이다. 그는 왕자에게 마음을 열고 그를 통해 이상을 실현하고자 한다.
펠리페 왕은 아들과 왕비 엘리자베트 사이를 의심하고 있다. 왕에게 인간으로서의 외로움과 괴로움을 동시에 안겨 주는 일이다. 왕자와 왕비 사이를 의심하다가 진실을 알아내기로 작정한 왕은 이 일을 맡길 만한 참신한 인물을 찾는다. 이때 포사가 눈에 띈다. 큰 공을 세우고도 대가를 바라지 않은 포사라면 사심 없이 공정하게 일을 맡아 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포사를 직접 만나 그의 이상을 확인한 펠리페 왕은 그에게 인간적으로 매료된다. 왕은 포사에게 흉금을 털어놓으며 자신의 벗이 되어 줄 것을 청한다.
결국, 한 여인을 놓고 경쟁하던 부자가, 한 사람을 벗으로 삼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
200자평
독일 극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5막 비극. 스페인 왕세자 돈 카를로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전제정치는 인간을 강압적으로 다스려야 하는 열정의 노예로 간주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전제정치에 의한 인간 비하에 대한 고발이다.
지은이
프리드리히 실러는 1759년 11월 10일 독일 서남부 슈바벤 지방의 네카르 강변에 위치한 작은 도시 마르바흐에서 태어난다. 아버지는 군의관이었는데 살림이 넉넉지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은 일생 동안 실러를 괴롭힌다. 1766년 루트비히스부르크로 이사해 라틴어 학교에 다니면서 장차 신학을 공부해 목사가 되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군인 신분인 아버지가 영주 카를 오이겐 공작의 명을 거역할 수 없어서 아들을 1773년 사관학교(카를학교)에 보내는 바람에 신학을 포기하고 법학을 전공하다가 나중에 전공을 의학으로 바꾼다. 8년의 재학 기간 동안 자유가 없는 엄격한 스파르타식 교육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가운데 문학에서 도피처를 찾는다. 남몰래 클롭슈토크, 레싱, ‘질풍노도’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습작도 한다. 특히 철학 교수 아벨의 영향으로 논리적 사고의 세계를 경험하고 셰익스피어를 알게 되어 푹 빠진다. 1780년 졸업 후 슈투트가르트에서 하급 군의관 생활을 시작하는데 자유가 없어 괴로워한다. 첫 비극 <군도>가 1782년 1월 13일 만하임에서 공연되어 크게 성공한다. 이를 계기로 작가의 길을 걷기로 작정한다. 부패한 사회를 고발하는 <군도>가 달가울 리 없는 영주는 실러에게 외부와의 접촉과 의학 서적 이외의 저술 금지령을 내린다. 실러는 이런 강제를 참을 수 없어서 그해 9월 22일 거의 다 완성된 비극 <제노바에서 일어난 피에스코의 반란>을 가지고 만하임으로 도주한다. 만하임 국민극장의 전속 극작가 자리를 얻으려는 노력은 이듬해에야 결실을 맺는다. 그러나 계약이 연장되지 않아 정착하지 못하고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바이마르 등지를 떠돌다가, 1788년 예나대학의 사학 비정규직 교수로 초빙되어 이듬해 예나로 이주한다. 1790년 샤를로테 폰 렝게펠트와 혼인해 4명의 자녀를 얻는다. 1791년 폐병에 걸려 심하게 앓는다. 얼마 후 일어나긴 하지만 평생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신병에 시달린다. 수강생의 감소 등의 이유로 교수직을 접는다. 3년 동안 후원자의 경제적 도움을 받아 역사와 철학, 미학 연구에 몰두한다. 1797년 아우구스트 공작이 저명한 문인들을 불러 모은 결과 문학의 중심지로 떠오른 바이마르로 이사해 창작 활동을 하는 한편 궁정극장에도 관여한다. 1802년 자기 집을 마련하고 세습 귀족이 된다. 1805년 5월 9일, 1년 전에 시작한 비극 <데메트리우스>를 마치지 못하고 숨을 거둔다.
옮긴이
윤도중(尹度重)은 서울대학교 문리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뮌헨 대학교, 본 대학교, 마인츠대학교에서 수학한 뒤, 주한독일문화원, 전북대학교를 거쳐 현재 숭실대학교 독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독어독문학회 회장, 숭실대학교 인문대 학장을 역임했으며, 레싱, 괴테, 실러 등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레싱: 드라마와 희곡론≫(2003), 역서로는 ≪괴테 고전주의 희곡선≫(1996), 카를 추크마이어의 희곡 ≪쾨페닉의 대위≫(1999), 레싱의 희곡 ≪미나 폰 바른헬름, 또는 군인의 행운≫(2008), ≪에밀리아 갈로티≫(2009) 레싱의 저서 ≪라오콘: 미술과 문학의 경계에 관하여≫(2008)와 ≪함부르크 연극론≫(2009), 프란츠 메링의 저서 ≪레싱 전설≫(2005), 프리드리히 헤벨의 비극 ≪마리아 마그달레나≫(2009)와 ≪유디트≫(2010), 클라이스트의 희곡 ≪홈부르크 공자≫(2011)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카를로스: 아, 하느님, 그건 그의 일생에서 첫 번째 거짓이었지요. 절 구하기 위해 죽음에 몸을 던졌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그에게 은총을 내리셨는데 그는 절 위해 죽었지요. 그에게 마음과 정을 쏟아부으셨으나 아바마마의 왕권은 그의 장난감이었습니다. 그는 그걸 내버리고 절 위해 죽었습니다.